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계약 가능한 은행 17곳
대부분 "계획 없다" "내부 논의 없어"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서상혁 기자 = 200여개로 알려진 암호화폐 거래소가 무더기 폐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과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은행권이 자금세탁방지 등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제휴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은행권과 실명인증 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4대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포함해 일부만 제외하고 줄폐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에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줄 수 있는 은행 대부분은 신규 제휴 여부에 대해 “계획이 없다” “내부 논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인증 계좌 발급을 해줄 수 있는 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IBK기업·Sh수협·DGB대구·BNK부산·경남·광주·제주·전북은행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총 17곳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국민·하나·우리·SC제일·씨티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등의 제휴 계약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빗과 제휴를 맺고 있는 신한은행은 “은행권 공동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심사 기준을 고민 중이기에 신규 거래소에 대한 실명인증 계좌 발급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빗썸, 코인원과 제휴 중인 농협은행도 “현재로선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신규 계약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며 이미 업비트와 계약을 해지한 기업은행도 “현재까지 계획된 바가 없다”고 했다. 수협은행 역시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케이뱅크도 새로운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카카오뱅크도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주요 은행과 제휴를 맺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지방은행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제휴 요청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계약이 진행된 곳은 없다”고 답했다. DGB대구·BNK·부산·경남·광주·제주·전북은행 관계자 모두 “계획이 없다”거나 “검토는 했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24일까지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중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4대 거래소만 은행과 계약된 실명계좌를 쓰고 있고 이들을 제외한 중·소형 거래소는 모두 집금계좌를 사용 중이다. 주요 4대 거래소는 모두 6~7월까지 실명인증 계좌 발급 계약을 한 상태인데 현재까지는 계약 연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집금계좌를 사용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데 있다. 물론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명인증 계좌를 쓰지 않은 채 운영은 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와 금전의 교환행위는 할 수 없게 된다. 거래소로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은행권이 계좌 발급 계약에 회의적이지만 개별 은행에서 설정한 지침에 충족한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는 극적으로 제휴에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연히 내부적으로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을 위한 준비는 하고 있다”며 “특금법이 시행된 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옥석이 가려지는 등 시장에 안착이 되면 제휴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은행권은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실명인증 계좌 발급 제휴를 하고 싶지도 않다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은 분명하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은행이 모두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제휴에 따른 이익보다는 자금세탁방지(AML)와 관련해서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데 쉽게 실명인증 계좌 발급을 해주겠냐”고 반문했다.

출처 - 뉴스1 주요뉴스